> 부동산 경매 :: 쌓여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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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4조원이 거래되는 경매 법정의 오늘을 살펴봤습니다.

최선욱 기자


경매 법정에서 벌어지는 눈치 작전. 낙찰 욕심에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낼 수도 없고, 돈 때문에 좋은 물건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이 같은 고민이 한 해 6만여번 법원에서 계속된다.

#1. 지난해 1월 이모씨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7층짜리 모텔을 법원 경매로 낙찰받았다. 모텔의 감정가는 15억3200만원. 하지만 이씨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억300만원에 건물을 샀다. 모텔이 구도심에 있었기 때문에 순천시의 상권이 새로 개발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물건이었다. 네 차례의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자 가격이 뚝 떨어졌다. 지정된 경매 기일에 주인을 찾지 못한 부동산은 다음 경매에서 최저 입찰 가격이 20%씩 떨어진다.

이씨는 2억여원을 들여 이 모텔을 원룸으로 개조했다. 주변에 대학이 있어 원룸 수요가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방 50개가 3개월 만에 모두 계약됐다. 보증금만 2억5000만원. 전기·수도·가스요금·관리비를 내도 월 1100만원씩 들어왔다. 입주 희망자가 늘고 건물 가격이 올랐다. 같은 해 11월 이씨는 이 건물을 15억원에 팔았다. 10개월 만에 5억원 이상을 번 것이다.

#2. 경기도 부천시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J씨는 상가 구입을 위해 경매 법정을 찾았다.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경매에 나온 상가를 검색하던 그는 시내 상가의 1층 점포가 매물로 나온 사실을 알았다. 유동 인구도 많았고, 가게 면적도 적당했다. 감정가는 3억원. J씨는 2억9000만원에 상가를 낙찰받았다. 시세보다 크게 싸지 않았지만 권리금 없이 장사를 할 수 있었고,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해 현장을 찾은 J씨는 상가 관리소장으로부터 “3년 넘게 밀린 관리비가 1500만원”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연체된 관리비를 낼 때까지 전기와 수도를 공급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하루 빨리 장사를 해야 하는 J씨는 어쩔 수 없이 밀린 관리비를 냈다. 결국 감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상가를 산 것이다.

한 해 6만여 건 거래되는 초대형 복덕방


법원 경매에서는 한 해 6만여 건의 부동산이 거래된다. 한마디로 ‘초대형 복덕방’이다. 한때 조폭이나 브로커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엔 평범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일반 부동산 중개업소처럼 아줌마 부대와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투자자가 편하게 드나든다. 입찰자를 위한 금융·법률 등의 서비스 수준도 달라졌다. 법원 경매 교육 프로그램과 입문 서적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경매는 부실을 ‘재처리’하는 세련된 공정”이라고 말했다. 순천의 이씨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 시장이기도 하다. 반면 J씨처럼 섣불리 경매에 손을 댔다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자산으로 빚 회수, 부동산은 새 주인 찾아가 

경매는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빚을 받아내는 수단이다. 재산 분쟁이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사람이 패소한 쪽의 부동산을 압류한 뒤 강제 경매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고 부동산이 팔리면 그 돈으로 빚을 받아내는 것이다. 법원 판결이 없더라도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신청하는 임의 경매도 있다. 경매 신청이 접수되고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리면 본격적인 경매 절차가 시작된다.

채권자가 판결문이나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근거 자료를 법원에 접수하면 법원의 판단을 거쳐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 신청자는 받아야 할 돈의 0.2%를 등록세로 내고 등록세의 20%를 지방교육세로 내야 한다. 법원은 경매 개시결정을 내린 뒤 감정인의 평가액을 고려해 해당 부동산의 최저 매각가격을 정한다.

두 가지 방법, 기일입찰과 기간입찰 

경매는 ‘기일입찰’과 ‘기간입찰’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기일입찰은 해당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지정된 경매 날짜에 법원에 나와 구입 희망액수를 적어내는 방식이다. 기간입찰은 정해진 기간 동안 경매 희망자들이 낙찰 희망 금액을 적어내는 것이다. 법원에 나오지 않고 우편으로 입찰표를 접수한다. 직접 방문해 접수할 수도 있다. 입찰에 참가할 때는 최저 매각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낸다.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과 차순위 가격을 제시한 2명이 정해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적어 낸 사람은 최고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은 대금을 모두 치른 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최고액을 써 낸 사람이 부동산 구입 대금을 내지 못할 경우 차액 입찰자가 그 부동산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낙찰을 받고 대금을 모두 내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얻는다. 만약 기존 소유자가 새 주인에게 권리를 넘기지 않을 때는 법원 집행관을 통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부동산을 넘겨 받을 수 있다. 이후 대금을 채권자인 금융기관ㆍ개인 등에게 지급하는 배당이 마무리되면 경매 절차도 끝난다.

현장 정보와 법 지식 모두 갖춰야

법원경매정보사이트(www.courtauction.go.kr)나 법원 경매계 사무실에 있는 명세서만 보고 경매에 손을 대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반드시 현장에 가봐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방향이나 계단식인지 복도식인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쉬운지, 학교가 가까운지, 감정액과 실제 시세가 일치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다가구주택 등은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해두는 게 좋다.

경매 사고는 대부분 권리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생긴다. 특히 “전 주인에게서 돈을 받지 못했다”며 부동산을 점유한 채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거나, 해당 주택에 세입자가 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경우 부동산 매수 대금을 다 치렀더라도 유치권자나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돈을 더 써야 한다. 만약 유치권자나 세입자가 보상액에 반발해 소송을 걸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허위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권리를 행사하려는 위장 세입자도 조심해야 한다. 실제 그 집에 살지 않는데도 이사비를 받아내거나 전 소유자와 짜고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위장 세입자는 법원이 경매 여부를 결정하기 전 대부분 걸러지긴 하지만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꼭 해당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이 같은 위험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성수 민사공보판사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유치권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다세대 주택에서 허위 세입자가 있기 쉽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고 꼭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경기 회복 기대감에 호황세

부동산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법원 경매 낙찰가 총액이 14조3500억원에 달했다. 2008년 11조7175억원보다 22.4%나 늘었다. 아파트 물건이 전 해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했고, 감정가 기준으로 100억원이 넘는 부동산도 37.5% 늘어난 444건이 나오는 등 물량 공급 쪽 요인이 컸다. 금융위기 여파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개인이나 기업이 늘었고,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리며 매수세가 따라붙은 덕에 경매 시장이 호황을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아파트의 평균 입찰 경쟁률이 5.51대1로 2008년(4.37대1)에 비해 오른 것도 투자자가 몰렸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에는 역대 최고 가격으로 낙찰된 아파트가 나왔다. 서울 청담동의 S아파트(244㎡)가 62억23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감정가도 55억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아파트다. 이전까지 최고 낙찰가 아파트는 2007년 팔린 서울 도곡동 T아파트(223㎡)로 37억500만원이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해 불경기 후유증과 겹치면서 올해도 많은 물건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세도 활발해져 공급과 수요 모두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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